(내외통신=최유진 기자)천주교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복지시설 대구 희망원(원장 박강수 신부)에서 심각한 인권유린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가려진 죽음- 대구 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대구광역시립희망원 관련 의혹, 실태를 고발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대구 희망원에서 지난 수십 년간 자행된 인권유린을 추적하고, 최근까지 그 실상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문을 파헤쳤다.

1958년 설립된 대구 희망원은 이후 대구시 직영으로 운영되다 1980년 4월부터 대구대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에서 수탁 받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천주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복지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대구 희망원은 각종 인권유린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시설에서 최근 2년 8개월 동안 수용인원의 10%에 달하는 1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대구 천주교구가 정부로부터 희망원의 운영권을 넘겨받은 건 지난 1980년. 이는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 직전 만든 국보위(국가 보위 비상대책위원회)에 대구대교구 신부 2명이 참여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천주교 재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임성무 전 사무국장은 “가톨릭이 사랑과 자비로 돈을 모으고 정말로 ‘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시설을 만들어주자’라고 실천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안 왔을 것”이라며 “희망원은 단지 국가로부터 운영권을 수탁 받은 것이다. 독재 권력을 위해서 그들을 비호하고, 그러면서 대구 천주교는 이익을 챙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1월 대구시 주요 기관에 도착한 대구 희망원 관련 익명의 투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제작진이 입수한 투서에는 각종 횡령, 시설 직원들의 생활인 폭행 및 사망 사건 등에 관한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고, 특히 급식 비리와 생활인 노동 착취를 언급한 내용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대구 희망원 전 부원장이 한 여성생활인을 월 4만원에 장애가 있는 아들의 돌보미 및 가사 도우미로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성추행 정황도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해당 여성은 2011년 패혈증 증세로 대학 병원에 입원했다가 일반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이 여성의 지인은 “한 달에 4만 원을 받고 설거지, 청소 이런 걸 다 했다. 그런데 부원장 아들이 속옷만 입고 목욕을 시켜 달라 이야기를 했다더라“로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전 부원장과 아내는 언급을 회피했다.

또 어린 시절 대구 희망원에서 지냈던 한 남성은 과거 구타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 개줄로 묶어서 자물쇠를 채워서 꼼짝 못 하게 하고, 3일을 패는데 맞다가 기절했다가 또 팼다”면서 “일주일에 5명 정도는 죽었다. 끔찍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천주교에서 운영한다고 하니까 그 안에서 잘 짜져서 돌아가는구나 생각했다”며 “이게 지금 대한민국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비난했다.

어린 시절 대구 희망원에서 보낸 또 다른 남성은 “13살 때 맞다가 기절했는데 또 패더라. 내가 지독하게 왼손잡이다. 하필이면 왼손이 부러졌다”며 “당시 희망원에서는 많이 죽는 날은 하루에 3명도 죽었고 일주일에 다섯 명도 죽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죽자마자 시체를 치우는 것도 아니었다”며 “3~4일 지난걸 보면 사체 상태가 안 좋았다. 쥐가 눈을 파먹은 것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시립희망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그간의 일로 희망원을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며 “지난 9월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있었으며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 본원의 공식적입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